산행후기

삼악산의 정기를 품고

귀주천 2006. 6. 21. 15:35

 

 

 

삼악산의 정기를 품고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매번 가는 산행이지만 아침이면 설레는 가슴을 뒤로한 채 화장실부터 챙겨야 했다.

  모처럼의 휴일 가족들한테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오늘도 늦잠 자는 아이들 몰래 배낭을 들고 살그머니 현관문을 나섰다. 협회 교육장 앞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많아지자 우리의 총무마마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함박꽃이 피어올랐다. 항상 보아도 웃는 얼굴이요, 호수에 비친 둥근 보름달만큼이나 정감이 있고, 갈색 상추잎을 한손에 말아쥐고 된장쌈장을 발라 입맛을 다시기전 구수한 만큼이나 싱그러운 모습이 우리의 뇌리를 자극하는 (표현이 너무 극적이었나.......ㅋㅋㅋㅋ) 청순 그 자체였는데 전에 없던 37명의 회원들이 모여들자 하회탈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가는 길은 별로 막힘이 없이 순조로웠다. 한참을 가니 아름다운 의암호주변의 화려하고 웅장한 산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아스팔트 포장도로 길옆에 차를 대고 우리는 상원사 쪽에서 출발하여 등선폭포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북한강 의암호주변에 쫘~~악 펼쳐진 한폭의 풍경화가 그동안 일상에서 업무에 시달리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고 있었다. 강변의 경치에 취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가섰던 삼악산이 초장부터 된통 강펀치를 날리는 바람에 매서운 맛을 봐야만 했다.

  멋모르고 아릿다운 여인에 다가가 어떻게 좀 해볼려고 했던 순딩이 총각이 인상과는 생판 다르게 쌀쌀맞게 내뱉은 여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잔뜩 위축이 되어 긴장하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자고로 악자 들어가는 산은 결코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선배님들이 하시던 말씀이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깍아지른듯한 가파른 절벽길을 거의 암벽등반과 별반 다름없이 우리는 밧줄을 잡고 험한 바위를 타고 오르기를 여러번, 654m 높이만보고 가볍게 여기고 덤벼들었다가 검정 고무신짝으로 콧잔등을 드세게 얻어맞고 코피를 질질 흘리듯 우리는 이마에서 땀방울을 줄줄 흘리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던 것이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부르지도 않았지만 불굴의 투지와 집념으로 우리 모두는 자신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해 승전보를 울리고 있었다.     아~~누가 이들을 전사라 칭하지 않았던가 !!!!

  강철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의암호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서로를 위하고 감싸며 북한강변의 경치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전사들의 눈가에는 강렬한 불빛이 반사되어 희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어느덧 삼악산 용화봉(654m) 정상에선 우리는 온몸이 땀과 기쁨으로 젖어 있었다.

  항상 느끼는 마음이지만 산 정상에 서면 산을 정복했다는 기쁨보다 겸허한 마음이 앞선다.

  이곳에서 아이스박스에 빙과류를 담아 팔고있는 상인을 만났다. 또다른 의지의 한국인이다. 남들이 갖기 쉽지 않은 직업을 가진 그를 바라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리는 원종수회장님이 사주는 아이스케키를 한 개씩 들고 인간내면의 밑바닥 에서부터 올라오는 희열을 맛보며 잠시나마 동물적 본능을 표출 동심으로 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이스케키 하나에 이렇게 커다란 감동을 받아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아무튼 원종수회장님 그때 먹었던 아이스케키는 그 순간만큼은 사춘기시절 어느 소녀와의 주딩이 박치기를 하는 감미로운 맛과 전혀 다를게 없다는걸 밝혀두고 싶습니다.....ㅋㅋㅋㅋ

  우리모두는 드디어 배낭속에 담아왔던 족발과 막걸리를 풀어 제꼈다. 산정상에서 먹는 콩 막걸리 한탁배기가 목젓을 타고 위장 깊숙이 타고 내려가면서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하면서 또 다른 황홀지경에 빠트리고 있었다.

  숲으로 우거진 나무그늘아래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등선폭포 쪽으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발걸음이 너무도 가벼웠다. 우리는 경치좋고 주인인심좋은 강변에 마련된 춘천닭갈비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였다. 등산후에 먹는 음식은 십전대보탕 아니 산삼을 넣고 끓인 산삼삼계탕 보다도 더 좋은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우리 소시민들이 언제 산삼맛을 보겠습니까? 그보다 더 좋은 닭갈비 맛을 보게 하여주시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감격에 겨워 흘린 눈물로  의암호를 더욱 오염시키고 말았던 것이었다.

  식사 후 잠시 편을 갈라 족구를 몇 게임하고 우리는 관광버스 속에서 내일새벽에 있을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월드컵 대전을 대비 목청연습을 열심히 해대고 있었다.

(짠짠짜안~~짜라자짜짜 ♬~♪~♩~~☜알쥐 요거이 몬쥐:ㅋㅋㅋ)

                                                      

                                                        2006. 6. 21    귀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