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병술년 2월 12일 '인하한우리산악회' 회원일동은.......
시산제날이다. 아침부터 눈을 뜨자마자 축문부터 챙겼다. 말주변도 없는 내가 축문이 없으면 얼나나 말을 더듬고 당황할지 몰라서다. 정신없이 배낭을 챙겨들고 행정대학원에 도착하여 보니 생각보다 많지 않은 원우님들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7시출발, 다른때보다 한시간을 앞당겨서일까 아니면 모두 바빠서일까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출발하자. 선잠을 깨서일까 한껏 뒤로제낀 리무진의 넓은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반쯤은 감고 어설푼 잠을 청하며 시산제순서를 머리속에 그리면서 시흥시 를 벗어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뜨아악~~핸드폰을 받는 순간 갑자기 눈이확뜨이면서 머리에 섬광이 번뜻였다. 김천권 교수님이시다. "아니 !! 오늘 산행 안합니까? 행정대학원앞에 왔는데 한명도 없는데 어떻게 된겁니까?" 화이고~오~~~큰일나뿌렸네 !!! 김천권 교수님한테 출발시간이 1시간 앞당겨 졌다고 연락을 하는것을 깜빡 잊어 버렸다. 나는 당황도 하고, 미안 도하고, 죄송스러워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연발 사과를 하였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변명이고 뭐고 필요가 없었다. 다녀와서 임원진 모두와 같이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렸다. 날씨는 무척 좋아보였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버스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들뜬마음으로 가야산을 향해 가는 기분이, 봄처녀가 나물캐다말고 나무하는 총각의 둘둘말아올린 바지가랭이 속으로 보이는 허벅지의 굵직한 힘줄을 흘끗 흘끗 쳐다보며 흥분하는 느낌 그대로 였다. 이거 교수님한테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기분 제대로인데 왠지 마음 한쪽이 찜찜한 상태다.
원종수 원우님은 버스에 탈때부터 술독에 빠진 고무신한짝을 건져올렸나 몸에서 술냄새가 진동하나 싶더니 버스뒤켠에서 꿈나라 여행을 하다가, 꺼먹돼지집에 다다르자 어느새 일어나 점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가야산은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아이젠을 차고 숨을 헉헉거리며 하얀 눈길를 기오올라가는 모습들이 너무도 아름다와 보였다. 산이름이 생각은 안나는데 한참을 올라가니 조그마한 그야말로 시산제 지내기 좋은 명당자리가 보였다.(ㅎㅎㅎ 풍수지리학적으로는 명당이 좋은 곳은 아닌데...기냥 일반적인 의미니까 !!!) 돗자리를 펴고 제수 준비하시는 류동장님은 어딜가나 적극적이시다. 풍채 또한 웅장하고 느낌이 편한 이웃집 아저씨 바로 그거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이정표 푯말이 눈에 띄여 그곳에 태극기를 꽂고 우리는 드디어 유세차를 읊기 시작하였다. 처음해보는 시산제행사라 서툴기도 하였지만 역시 류동장님의 능숙한 지도아래 산제를 마치고 보니 가슴한쪽으로부터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돌았다. 기쁨, 희열, 성취감, 만족, 기타등등..... 산은 언제난 지혜와 겸손을 준다고 하던데(☜표절입니다.ㅎㅎㅎ안학모 고문님말씀 ) 정상에 서면 숙연해지는 모습이, 자연에대한 고마움을 깨닫고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가야산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대원군의 부친이었던 남연군묘를 답사 하였다. 2대제왕지지이며 조선팔대명당중의 하나인 이곳은 풍수지리 를 연구하신 분들이 자주 들리는 곳이었다. 풍수지리학을 수강해서인지 다른곳보다 감회가 새롭다. 배는 고프고 기다리던 꺼먹돼지가 부르고있어 시간을 더 지체할 수도 없었다. 식당에 도착하여 무쇠솥 뚜껑에 구워먹는 맛은 아름다운 여인이 따라주는 감로주를 맛보는 분위기보다 더좋았다고 표현하면 거짓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느낌그자체는 똑같았다고나 할까 !!!!
인천으로 향하는 길에 다음 산행을 그리며 1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또다른 번뇌를 가져다 주고 있었다.
(♥♡♥김천권교수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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