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연인들의 이야기 .....

귀주천 2006. 4. 26. 10:52
 

연인들의 이야기.....

 

새벽부터 꾸리한것같은  날씨가 별루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어제 비가오고나서 오늘까지 계속내리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 마음에

서둘러 집에서 막나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이기용입니다. 나 인제 일어났는데.....강화에서 쭈꾸미를

가져왔는데, 이걸 데쳐가지구 가야하는데 좀 기다려줘 !" 

  『어 ! 이거 꾸리한날씨와는 달리 오늘 뭔가 좋은 느낌이 팍팍오는데....』

  행정대학원앞에 도착하여보니 언제나 보이던 얼굴 모두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김천권 교수님이 오늘은 일찍 나오셔서 빨리 출발

하자고 하신다. 난 뭔가 캥기는게 있어 좀 쑥쓰럽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반겨주시니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오랜만에 최남식 실장님도

나오시고 또 새로오신 하상돈 선배님이 나오셨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인

원인숙님, 최계순님, 김선숙님, 조순희님, 박순희님, 방영미님, 원종수님,

박주병님, 이영구님, 임인순님, 정해문님, 이병만님 그리고 항상 따뜻한

우정으로 산악회를 사랑하신 안학모 고문님등이 보였다.

무척이나 기뻤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따따블로 일어날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 버스를타고  ~♪ ♬ 달리는 기분 ~~흥얼 흥얼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루 나오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관광버스 리무진

꽁무니에 매달구 질질 끌면서 오늘은 기분제대로 함 풀어봐야겠다.

 

  차 뒤켠 테이블에서 벌써부터 파티가 벌어졌다. 목젖을 타고 위장속으로

시원하게 내려가는 콩막걸리 한탁배기가 지난여름 간현유원지에서

여성원우님들에게 한껏 몸매 자랑하려 허벅지살 드러내고 냇가에 족(足)

을 담그며 여름을 달아매었던 그것보다도 더 시원한 느낌이었다.

  거기에다 강화의 쭈꾸미 맛은 그야말로 어렸을때 할머니의 마디굵은

손끝으로 호박잎껍질의 까칠한부분을 벗겨내고 가마솥밥위에 푹 쪄서

건져내 애호박 숭숭썰어 끓인 된장찌개를 발라먹는 환상의맛 그것이었으며,

또한 아릿다운 여인을 바라보고 뜻모를 미소를 띄우며 무아지경에

빠져드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이었다.

  (야~~이거 쭈꾸미맛 너무 치켜세우다 이기용원우님 강화군수님한테

쭈꾸미 홍보대사로 임명되능거 아닌지 모르겠당,,,ㅋㅋㅋㅋ 아무튼

한마디로 말하면 겁나불게  맛 있어부러~~~)

 

  한 두시진이나 지났을까 가평에 다다르니 산에는 하얀눈이 아직도 덮여

있었다. 아니 아직도가 아니라 어제 인천에 비가올때 여기는 눈이 왔던

것이었다. 연인산에 다다르니 완장찬 아자씨가 입산금지령을 내렸다.

으메~~이거 클났다. 『왜 갑자기 산을 못오르게 하는겨 !!!』

 원종수 원우님은 차를 돌려 다른산으로 가자고 한다.

  지금차를 돌리면 여기까지 오면서 리무진 꽁무니에 매달고온 스트레스를

다시 만나게 되는디 ...  "아저씨 각서쓸게 좀 봐주세요 !!!"

  안된단다. 이거 방법이 없나 !!  "왜 못올라가게 하는거죠 ?"

『산불방지』단순한이유 하나였다. 눈이 하얗게 뒤덮여 불을 일부러

내려고 해도 가능한데 왠(?) 말이여 !!!!

  우리는 사정사정하여 신분증을 모두 걷어 맡기고서야 드디어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아무도 가지않은 하얀눈길을 밟는 기분이야말로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온 남자주인공이되어 여자친구를 업고 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

아니면 돌담너머로 뻗은 가지에 달린 감홍시를 주인몰래 따먹는 그런

느낌,,,,,,,,,,,,

 

  앞사람 발뒷꿈치를 따라밟으며 한참동안 숨을 헐떡거리고 어느정도

올라 갔을까!! 풍수적으로 기가 좋을것 같은 곳에 터를 잡고, 지난번

 태백산에서 못이룬 보온물통의 컵라면파티를 벌리기로 하였다.

  온통 하얀옷으로 갈아입은 눈덮인 산속에서, 애인과 나누는 사랑만큼

이나 뜨거운물로 끓인 컵라면의 맛은 논산훈련소에서 야외훈련하다

어스무레 해질녁에 동네어귀를 돌아 훈련소로 가는도중 코끗을 마취

시키는 짜장면 냄새만큼이나 감미로웠다.

  아~~연인산 !!!!

부드러운 느낌이 고딩시절 여학생의 풋풋한 가슴을보고 눈가를 붉히는

싱그럽고 야릇한 기분으로 왔다가, 대딩시절 캠퍼스 후문 선술집 아주

머니가 따라주는 막걸리에 취해 객기부리다 주먹센놈하구 맞짱뜨는

바로 그거였던 것이었다.

 

  산행일정을 잡은 정차장님은 엊저녁에 먹은 소주가 감마파를 발생하여

연인산의 기와 교란을 일으켜 정신이 혼미해지고 내공이 혼탁해지는 기운

을 느껴서, 또 언제나 산에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신 이기용원우님이

 걱정이 된다고 평소와는 아주다른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시며 중도하산

하셨다....(ㅋㅋㅋ 사실은 원인숙 원우님도 그곳에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배낭깊숙이 넣고간 족발을  쇠주와함께 산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먹는 느낌이야말로 전투에서 승리하여 의기충천 궁궐

로 향하는 장군의 보무도 당당한 자세 바로 그것이었다.

.................................

 

  하산길은 그야말로 유격훈련코스였다. 우리는 깍아지른듯한 절벽같은

길을 밧줄하나에 생명을 맡기며 온정신을 집중하여 내려와야만 했다.

차가운날씨에 얼어붙은 땅위로 덧뿌려진 눈이 흙과같이 녹아 아이젠을

땅바닦에 찍어도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또 뒹굴면서 바지가랭이 사이에

흙을 잔뜩 뭍히면서 내려왔다.

하지만 이병만회장님은 신발과 바지가랭이가 너무너무 깨끗하였다.

이거는 산악회 불가사의중 하나였다. 축지법을 쓰셨나 아니면

고단위 스텦보행을 하면 그런 경지에 이르는 것일까? 

아무튼 나의 단순한 두뇌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힘겹게 한참을 내려와 포장길을 밟자 반가운 원정대 버스기사님이 차를

 가지고 올라오셨다. (기사님의 예리한 센스...☆...^^*)

  행복한 느낌도 잠시 잔뜩 오그라든 뱃가죽을 달래느라 언능식당에 도착

하여 닭백숙과 민물잡어탕으로 허기진 배를 불리고 인천으로 향하며 우리

는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힘든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산행해주신 우리 이영구사장님과

회원님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피곤한 우리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여주시고 언제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사랑을 쏟아주신 이기용,

 

 하상돈, 원인숙, 정해문 원우님께 다시한번 이글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2006. 3. 5    연인산 산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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